4.3희생자유족회-재향경우회, 화해.상생 10주년 기념 합동순례
경산코발트광산 집단학살.이기태 경감 추모…독도서 외친 평화
"4.3 전국화 나아가 세계로...우리의 화해, 대표 모범 사례 될 것"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특별자치도재향경우회 화해.상생 선언 10주념 기념 합동순례. 합동순례 3일차인 지난 13일 회원들이 독도를 배경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공동체 평화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창준 기자>
“유족회와 경우회가 외친 화해와 상생의 가치는 대한민국 모범 사례가 될 것이고 나아가 세계 보편적 가치로 뻗어나갈 것입니다.”
지난 13일 오전 우리나라 최동단 독도에서 제주4.3 희생자 유가족들과 퇴직한 경찰관들이 두 손을 굳게 맞잡았다.
이들은 해묵은 이념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와 상생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자는 다짐을 한마음 한뜻으로 다시 한번 되새겼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특별자치도재향경우회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전국을 돌며 화해.상생 선언 10주년 기념 합동순례에 나섰다.
이번 합동순례는 유족회와 경우회 회원 등 총 38명이 참여한 가운데 ▲1일차 경산시 코발트광산 민간인 집단학살 위령비 방문, 경주시 고(故) 이기태 경감 추모상 방문 ▲2일차 울릉도서 화해.상생 다짐 ▲3일차 독도서 화해.상생 다짐 ▲4일차 포항시 호미곶 상생의 손 동상 방문 등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합동순례 1일차인 지난 11일 오전 유족회와 경우회가 경산시에 있는 코발트광산 민간인 집단학살 위령비 앞에서 추모하고 있다. <사진=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공>
합동순례 1일차인 지난 11일 오후 유족회와 경우회가 경주시에 있는 고(故) 이기태 경감 추모상에 헌화를 하고 있다.<사진=이창준 기자>
1일차 순례는 경상북도 경산시 코발트광산 민간인 집단학살 추모로 시작됐다.
경산코발트광산은 6.25 전쟁 기간 중 대한민국 군경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 장소다. 우리나라 4대 양민학살에 꼽힐 정도로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는데 그 희생자 수만18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족회와 경우회 회원들은 합동 참배를 지낸 후 참혹했던 현장 곳곳을 거닐며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유족회와 경우회는 경주시로 발걸음을 옮겨 고(故) 이기태 경감을 추모했다.
이 경감은 2015년 10월 동료 경찰과 함께 울산 남부선 한 철로에 누워 있던 장애인을 구하려다 화물열차에 부딪혀 순직한 인물이다. 이 경감은 열차에 충돌하는 위급한 순간까지도 장애인의 손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군경에 의해 억울한 죽임을 당한 민간인들, 이와 반대로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친 영예로운 경찰관의 사연을 접한 유족회와 경우회 회원들은 가슴 아픈 과거를 치유하는 일에서 나아가 공동체의 평화를 도모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합동순례 2일차인 지난 12일 울릉도 삼선암 앞에서 유족회와 경우회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사진=이창준 기자>
합동순례 4일차인 지난 14일 포항시 호미곶 상생의 손 동상 앞에서 유족회와 경우회 회원들이 화해와 상생을 다짐하고 있다.<사진=이창준 기자>
2일차와 3일차 합동순례는 울릉도와 독도에서 진행됐다.
울릉도가 제주와 매우 다른 환경을 보이면서도 섬이란 공통점이 있는 것처럼, 유족회와 경우회도 한때 갈등을 빚어왔지만 결국 같은 제주도민이고 4.3의 완전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있어서인지 어느 때보다 서로에게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특히 유족회와 경우회는 우리나라 최동단 독도에서 다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4.3의 완전한 해결, 평화와 상생의 가치 전파, 공동체 회복에 노력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날 포항시 호미곶 상생의 손 동상 앞에서 진행된 마지막 합동순례에서는 유족회와 경우회가 이러한 뜻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확인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앞으로도 유족회와 경우회는 진정한 마음을 갖고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실천할 것”이라며 “유족회와 경우회가 외친 화해와 상생의 가치는 대한민국 모범 사례가 될 것이고 나아가 세계 보편적 가치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정화 제주도재향경우회 회장도 “처음에 서먹서먹했던 관계가 지속적인 합동순례를 통해 상당히 좋아졌고 화합돼 기쁘다”며 “유족회와 경우회의 화합에서 나아가 제주도민의 화합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창준 기자 luckycjl@jejuilbo.net
출처 : 뉴제주일보(http://www.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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